소설

회색의 삶

#시기 2019. 12. 7. 14:10

남자의 하루는 어느 직장인과 다를 게 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와 지하철 타고 버스를 타고 회사에 출근해, 이리저리 치이면서 일을 하다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퇴근을 한다.
이러한 과정을 챗바퀴 돌리듯이 매일 반복한다.
오늘도 남자는 바쁜 하루에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퇴근했다.
요즘들어 야근이 잦다 보니 집에 오면 밤 늦은 시간이 된다.
평소 같았으면 샤워를 하고, 바로 누워서 잤을 남자인데 오늘따라 밤이 깊어질 수록 생각이 많아졌다.
남자는 침대에 누운 채 자신의 핸드폰으로 SNS를 들여다 봤다.
타임라인에는 남자의 친했던 친구들의 근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는 친구들, 애인이 생겨 풋풋하게 데이트 하는 친구들, 동창생들과의 모임을 소중히 하는 친구들 등 모두 생동감 넘치고 화려해 보이기까지했다.
모두가 각자 인생을 색칠해 나가고 있는 중에 남자가 살고 있는 삶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하루를 버텨가며 살아가고 있는지 자문 했지만 끝내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세상이 말 해주는대로 공부를 했고, 작지만 회사에 들어가 일을 했다.
취직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남자는 뒤늦게 깨달았다.
일을 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남자는 행복하지 않았다.
행복을 위해 일을 하는 거라 하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탓인지, 아니면 생각없이 달려온 탓인지 스스로를 반복 되는 일상에 옭아매고 있었다.
옛날 처럼 친구들을 만나 정신 없이 놀기도 하고 싶고 대책 없이 무작정 떠나 보고 싶어도 쉽게 그럴 수가 없었다.
친했던 친구들과의 연락이 오고 간 지 오래 되어 관계가 무척이나 서먹해졌다는 것을 남자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메신저 목록에 회사 단체 채팅방과 직장 상사의 채팅으로 맨 끝까지 밀려난 몇몇 친구들의 채팅방이 그 증거이다.
얼마나 오래 잠들어있었던가 마지막으로 채팅한 날짜가 슬프게 다가왔다.
친구들 아마 남자의 존재를 잊고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한 번 생각하니 끝도 없어 핸드폰 너머로 보이는 친구들의 유채색 삶을 뒤로하고 회색의 삶으로 돌아왔다.
내일 또 출근 해야한다.
쌓여있는 업무를 생각하며 내일은 또 얼마나 회색일까 깊은 한 숨으로 밤을 지새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