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성찰1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타자기 앞에서 빈 종이와 눈싸움을 하고 있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져만 가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애써 모른 척하려고 했다는 걸 부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틀이 삼일이 되고, 세월이 담처럼 쌓이고 쌓여 어느덧 1년을 지나가고 있었다. 1년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글을 쓰기 위해 타자기 앞에 앉았다. 그게 끝이었다. 여기서 더 무엇을 해봤자 커피를 한 잔 끓여 마신다던가, 도무지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식힐 겸 서가에 박혀서 책을 읽었다.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날마다 오늘은 꼭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타자기에 뻗은 손은 그 자리에서 돌이 되어버리고 마니까. 무언가를 적어야 벌어먹는 팔자에서 한 글자도 적지 못 하고 있다는 건 작가로서 죽은 목숨이나.. 2020. 1.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