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휴식처1 Bus Stop 주변의 풍경도 나도 세월의 역풍을 고스란히 맞아 눈에 띄게 바뀌었는데 어째서 이 버스 정류장은 그대로일까.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녹슨 정류장과 그 옆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허리 굽은 표지대는 수많은 역경이 지나간 흔적을 전사의 훈장 마냥 드러내고 있었다. 사람의 온기를 잃은 딱딱한 나무 벤치에 앉아본다. 삐걱 거리는 소리가 이젠 사람 한 명도 받아내기가 힘들다는 일종의 신호처럼 들렸다. 문득 이 오래된 정류장을 거치는 버스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일어 무작정 기다려 보기로 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한 대의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직도 이 곳을 찾아주는 버스가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면서 놀라웠다. 나는 딱히 정해 둔 행선지가 없었지만 버스에 탑승했다. 시간대에 비해 사람이 없어 한적한 버스 안.. 2020. 2.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