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조롭게 흘러가던 계절이 특별하게 여겨졌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도 나는 사랑이라 느꼈고, 파스텔 톤 푸른 하늘에 너와 함께 할 미래를 수줍게 그려본다. 벚꽃이 예쁘게 물든 거리를 걸으며 네게 마음을 전한 날. 너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나를 받아주면서 그렇게 우리의 사랑은 이른 봄을 알리는 봄꽃처럼 여리기만 한 사랑이 시작되었다.
봄이 지나가고 햇살이 뜨거워진 만큼 너를 사랑했다. 이따금 내리는 비도, 장마도 여름의 열기를 잠시나마 식게 해 줄지언정 사랑의 온도를 떨어뜨리지 못했다. 참 신기했다. 이렇게나 한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미치도록 너를 사랑할 수 있는 지금이. 한 여름의 마법에 빠진 듯 나는 점점 더 너에게 빠져들어갔다. 그 짧은 여름. 마냥 따가웠던 햇살이 식어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가 소식도 없이 날아가버리고 어느덧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낙엽이 하나둘씩 지는 쓸쓸한 풍경에 너를 생각하고, 나를 생각했다. 곱씹어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잦은 다툼으로 틀어지는 일이 많아졌다. 나는 너를 잘 안다고 생각한 것처럼 나도 너를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왜일까? 조금씩 네가 내게서 멀어져만 가는 이 기분은. 힘들고 아프지만 이것 또한 사랑의 한 과정이겠지. 네가 밉다가도 다시 한번 나를 사랑스럽게 봐주길 바라는 마음에 나를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낙엽이 다 지기 전에 다시 네게로 달려가야지. 너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일까, 저 멀리서 내게로 달려오는 너를 보면서 이 가을을 건넌다.
날카롭게 불어오는 바람이 무섭지가 않다. 네가 있기에. 뼛속을 파고드는 추위도 무섭지가 않다. 내 옆에 네가 있기에. 잔혹하게 추운 겨울도 네가 있으면 낭만적인 계절로 변한다. 너와 함께 한 날들을 돌아보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맙다. 많이 모자란 내 옆을 지켜줘서. 앞으로도 너를 사랑하고 싶고, 네게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다고 내 진심을 전한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나를 꼭 껴안아 주는 네 덕분에 올 겨울은 춥지 않겠구나. 새하얀 눈을 맞으며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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