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그러모은 곳...
소설

별 세는 밤

by #시기 2019. 12. 4.

여자는 눈을 감을 때가 제일 싫었다.
밤 마다 찾아 오는 떠나간 사람에 대한 악몽 때문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 악몽이 여자를 괴롭혔고
지금 남자의 옆에 있으면서도 그런 악몽에 시달리는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남자는 잠에서 깨 여자를 부드럽게 안아주면서
"괜찮아. 내가 있잖아."
하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해줬다.
덕분에 여자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지만, 찝찝함이 가슴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기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여자에게 남자는 바람 쐬러 가지 않겠냐면서 몸을 침대 밖으로 꺼냈다.

늦은 밤의 공기는 꽤나 쌀쌀해 근처 편의점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캔커피를 사들고 공원의 산책길을 걸었다.
"나도 너 처럼 깜깜한 어둠 속을 헤맬 때가 있었어."
처음 들어보는 남자의 이야기의 여자는 귀기울였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너를 만났어."
남자는 밤하늘을 보라고 했다. 올려다 본 밤하늘엔 쏟아질 듯한 별들이 무수히 많이 박혀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말을 이해했다. 지금까지 줄곧 언제 다시 찾아 올 이별을 두려워 했고, 그로 인해 받을 상처를 두려워 해 무언가에 도망치듯이 살아왔다. 그 속에서 남자를 만났고 불안한 건 여전했다.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여자는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이렇게나 예쁜 별이라면, 이렇게나 예쁜 별이 지금 이 남자라면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어두워도 밝게 비춰줄테니까.
여자는 어느 따스한 봄날의 햇살이 마음 속을 가득 채워지는 걸 느끼며 남자를 꼭 껴안았다.
"이제 알았어. 저 별은 온통 너야."
여자는 밤하늘의 별을 셌다.

반짝이는 저 별은 너의 얼굴, 너의 미소, 너의 사랑...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혼자  (1) 2019.12.07
회색의 삶  (0) 2019.12.07
그녀의 구두  (0) 2019.12.02
글씨  (0) 2019.11.14
빨래  (0) 2019.11.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