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정리를 하다가 발견 된 낡은 편지 한 장. 언젠가 다시 펼쳐지기를 기다렸다는 듯 내가 좋아하는 책에 얌전히 꽂혀 있었다. 빛바랜 종이 위에 그녀의 글씨는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예뻤다. 어쩔 수 없는 이별임을 알지만, 어쩔 수 없기에 더 가슴이 찢어지는 거 같았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고, 헤어짐이 있으면 다시 만남이 있는 거라고 강조하는 그녀의 글씨가 갈수록 모양이 흐트려져 가는 게 그때의 심정이 어땠는지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아 다시금 눈시울이 붉어졌다. 꾹 꾹 한 글자씩 눌러 담은 그녀의 글씨 위에 눈물 한 방울이 소리 없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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